수인번호 24601 한국형 쟝발장

수인번호 24601 한국형 쟝발장

2018년 10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주택가에 버려진 종이박스를 리어카에 실었다. 안에 감자가 들어 있는 줄은 나중에 알았다. 몇 시간 후 경찰이 그를 찾아왔고,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나는 박스 줍는 사람이니 박스만 생각하고 주워 온 것이지 감자를 훔쳤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억울함에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고의적으로 감자를 훔친 절도범이라는 법의 판단은 엄중했다.

그가 두 달여 전 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서 주워온 빈병 때문에 생긴 또 다른 벌금형 전과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씨가 법의 심판대에 처음 선 건 2017년 거리에 있던 천막을 고물상에 팔아 

3000원을 받은 죄였다. 2심에서 무죄가 나왔지만 검찰은 상고했다. 

법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듯했다. 이씨의 절도 혐의는 대법원까지 가서야 무죄로 끝이 났다.

이씨는 여든 줄에 달게 된 전과보다 지명수배 꼬리표가 된 두 사건으로 떠안은 벌금 80만원(총 100만원 중 20만원 납부)이 더 두렵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이 아니다. 

10년 전 연락이 끊긴 부인과 자녀들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였다. 

 

매달 받는 기초노령연금 30만원으로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버겁다. 

간간이 휴대전화로 수신되는 ‘현재 지명수배 중이며 전국 어디서나 불시에 검거될 수 있습니다’라는 검찰청 문자만이 안부를 묻는 유일한 존재다.

국선 변호를 맡은 송종욱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이씨의 궁핍한 경제적 사정을 호소하며 벌금 50만원이 선고되면 노역장에 유치될 수밖에 없다고 항변했다”며 “재판부는 이씨의 유사 범죄 전력과 벌금 50만원이 소액이라고 판단해 검찰 구형대로 선고했다”고 말했다.

 

돈이 없는 자들에겐 가혹하게 자가발전하는 법 그리고 집행자들.

돈이 많은 자들에겐 관대해지고 겸손해지는 법 그리고 하수인들.


 
0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captcha
자동등록방지 숫자입력

유머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드론 로그 관리 시스템 이용 안내 공지 관리자 09-24 73,755
3729 이미지 10년 기러기 아빠의 결말 행복감사 07-09 1,553
3728 이미지 튀김기 관리 잘하는 치킨집 달천 07-09 1,525
3727 이미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전쟁 관리자 07-09 1,530
3726 이미지 더 이상 한국인을 믿지 못하게된 일본인... 행복감사 07-09 1,570
3725 이미지 일본 간호사가 그린 환자빌런들 관리자 07-09 1,646
3724 이미지 2024 유행음식 목록 달려라달려 07-09 1,531
3723 이미지 논란의 워터밤 단체 노출 사진 행복감사 07-09 1,619
3722 이미지 레딧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1문단 소설들 모음 달천 07-09 1,644
3721 이미지 비 오는데 애기들 이러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 작은별3 07-09 1,596
3720 이미지 삼성 파업에 등장한 좋았쓰 달려라달려 07-09 1,713
3719 이미지 일본에서 유행한다던 라면 작은별3 07-09 1,607
3718 이미지 김어준은 방시혁을 제대로 보고 있는게 맞을까요? 작은별3 07-09 1,566
3717 이미지 국딩들만 아는과자 관리자 07-09 1,559
3716 이미지 납량특집 관리자 07-09 1,599
3715 이미지 돈까스 먹을때 썰어놓고? or 썰면서? 관리자 07-09 1,567
3714 비디오 누구도 3초 안에 알아채지 못한다!!! 달려라달려 07-09 1,532
3713 비디오 서울 처음 올라오면 놀라는 전철 모습 작은별3 07-09 1,528
3712 비디오 오목 치사하게 이기는 법 관리자 07-09 1,554
3711 비디오 적절한 타이밍 행복감사 07-09 1,543
3710 이미지 마비된 딸을 위한 발명도구 관리자 07-09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