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

 "그 안에 담긴 정보를 추출하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무리들이 어떤 일을 시작했다.


무리 중 한 명이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사각형의 투명한 관 속에서


까만 무언가가 팽이처럼 회전하고 있었다.


블랙홀이라 불리는 일종의 기록 장치였다.


무리들은 고도로 숙련된 자들로 각자 할 일을 


정확히 아는 듯 태엽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태엽을 감은 자는 흐뭇한 미소를 띄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어떤 것이든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특히 과거의 유산을 전문적으로 수집하였는데 우연히 블랙홀에 관한 


얘기를 전해 들은 후 사방팔방 찾다가 한 골동품 업자로부터 


구한 물건이 바로 이 블랙홀이었다.


특수재질의 관 속에 담긴 블랙홀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회전했다.


태엽들은 숨죽여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블랙홀이 담긴 관 외벽에 연결된 여러 선들이 모인 곳에 모니터가 있었고


화면 속에서 모종의 텍스트들이 어지럽게 나열되고 있었다.


 "음.. 아직 소식이 없나..?"


슬슬 지루함을 느낀 그가 입을 열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니터에 새로운 것이 포착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의미없는 텍스트들의 나열 속에서 어떤 규칙성과 패턴이 보였던 것이다.


바로 그들이 찾는 생명의 텍스트였다.


 "감지됐습니다"


무리들 중 하나가 말했다.


 "음.. 수고했다"


  "이제 정보를 해석,변환하는 과정만 남았습니다"


 "음.. 앞으로 얼마나 걸리겠나?"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성능이 향상된 장비가 작업 시간을


   많이 줄여 줄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일을 계속하라는 제스쳐를 취한 그는 


애써 지루함을 숨기고 하품을 하며 무심코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찰나에 순간 시계의 머무른 그의 시선이 시침과 분침의 소리없는 움직임을


교란했고 침묵의 소리는 귓속을 파고들어 두개골을 때리며 그의 머리를 띵 울렸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졸음을 쫒았다.


팔짱을 낀 채 기다리던 그에게 무리 중 리더가 다가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블랙홀 안에 담긴 모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만.."


말 끝을 흐리며 뭔가 망설이는 듯 했다.


 "다만.. 무엇인가?"


리더는 얼굴에 살짝 당황함이 비췄지만 이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생명의 흔적을 찾았습니다만 발견된 건 단 하나입니다 


   한 존재만이 생명 반응을 보였습니다"


말을 마친 리더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소문을 익히 알고 있던 것이다.


그는 매우 다혈질로 일이 뜻대로 되질 않을 땐 고용된 자들의 목숨도


빼앗는 비정함이 있었다.


그의 반응을 살피는 리더의 눈에 담긴 여러 감정들이 시시각각 교차되었다.


이어진 그의 말은 리더를 안도케 했다. 


 "음.. 뭐 어쩌겠나 별 수 없지"


그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렇다면 그 존재에 관한 건 전부 알아보도록 하나도 빠짐없이"


  "그거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정보를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음.. 그럼 그 존재가 살아있을 동안의 행적을 영상을 통해 복원할 수 있나?"


리더는 작업 공간을 가르키며 그에게 말했다.


  "이왕이면 모니터 속 영상보단 홀로그램으로 만나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 말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 그는 리더를 치켜세웠다.


 "자네 일을 아주 잘하는구만 아주 맘에 들어"


리더는 머리를 조아렸고 둘은 작업 공간으로 이동했다.


리더가 손짓을 하자 무리들이 홀로그램 장비를 시동했다.


바닥에 놓인 원형의 홀로그램 장치에서 빛이 번쩍이자 여러 갈래로 


나뉜 빛들이 작업 공간안에 퍼져나갔다.


뻗어나간 빛들은 공간 벽에 부딪혀고 거미줄 같은 형태들이 벽에 맺혔다.


작업자가 감도를 조절하자 빛의 거미줄은 사라지고 한 곳으로 응집돼며


홀로그램 범위의 경계가 보였다.


이윽고 블랙홀 속에 있던 존재가 서서히 시각화되며 모습을 드러냈다.


흥미롭게 지켜보던 그는 리더를 돌아봤다.


리더는 머리를 조아리며 두 손을 들어 대화를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하기도 전에 홀로그램 속 존재의 말이 먼저 들려왔다.


    "타아..스.." 


신체 보호를 위한 뭔가를 착용한 자의 음성은 희미했다.


    "타스.."


존재는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호기심을 가득 품은 그가 물었다.


 "당신은 어느 문명의 어떤 이요?"


공허한 눈빛으로 그의 말을 들은 존재는 


순간 눈빛이 형형해지며 대답했다.


   "지구에서 온 농부 쿠퍼 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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