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가야의 역사가 조선의 백과사전에 실린 사연

'반파국'이라고도 불리던 대가야는 백제와 신라의 고래등 사이에서 지정학적 균형을 맞추며 무려 500년이나 번영했던 꽤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고령 지산동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1,000여 개의 무덤들이 그 찬란했던 영광을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죠. 그야말로 한국판 '왕가의 계곡'이 따로 없습니다.
실제로 신라가 삼국통일을 시작한 것이 660년이고 대가야가 멸망한 것이 562년이니, 신라가 가야를 흡수한 것은 통일 전 고작 100년 전의 일일 뿐 그전까지 대가야는 융성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가야의 역사는 우리에게 거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대 역사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건 많이들 아실 겁니다. 교과서에 실린 역사는 대부분 삼국사기, 삼국유사가 전부이고, 나머지는 중국의 『삼국지』 위서 동이전이나 일본의 『일본서기』를 참고해야 하는 실정이죠.
그런데, 잊혀질 뻔한 대가야의 역사가 기적적으로 전해 내려오게 된 사연이 있습니다. 바로 조선시대 지리 백과사전인 『신증동국여지승람』 덕분인데요. 이 사연이 정말 기가 막힙니다!!
가야 말기, 가야산에 합천 해인사가 세워집니다. 그리고 200년 후, 신라의 천재 학자 최치원이 은퇴 후 해인사로 들어갑니다. 그는 그곳에서 해인사 창건 승려의 위인전을 집필하며, 그때까지 구전으로 전해지던 가야산의 창세 신화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그 기록에 바로 대가야의 초대 왕 '이진아시'와 마지막 왕 '도설지'가 등장합니다! 심지어 이 설화에서는 대가야의 왕과 금관가야의 김수로왕이 형제로 나옵니다. 거북이에게 머리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던 구지가 설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시간이 흘러 안타깝게도 최치원의 원서는 유실되고 맙니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조선 중종 때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편찬하면서 고령의 역사를 저술할 때 최치원의 글을 인용해 두었고, 그 기록이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대가야의 비밀을 전해주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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