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기억 하나

사람은 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일과
잊고 싶은 일을 함께 안고 살아나간다.

어떤 기억은
아프지만 놓을 수 없고,
어떤 기억은
차라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 하나 있다.

60대 환자분이었다.
암 4기.

처음 오셨을 때는
본인은 아직 괜찮다며 웃으셨다.
“나는 건강해요.”
그 말이 거짓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말이었겠지.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몸은 빠르게 줄었고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

수술을 받고 나서는
표정이 하나씩 사라졌다.

사람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변화의 과정을
한번씩 볼때마다 느낄수 있었다.

임종이 가까워졌을 때
가족들이 곁에 있었다.

지나가다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됐다.

그분이 말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어.
임자,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결혼해 줄 거지?'

배우자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고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바라봤다.

그분은
그 표정을 보며
표정이 변하였다.

그 변해가는 표정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날 이후
나는 하나를 다짐했다.

나는
죽을 때
집사람에게
질문하지 않고 가야겠다.

왜인지
뜬금없이 갑자기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헤어질 때
울며 매달리던 여자친구.

“몸도 마음도 다 줬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내가 준 건
몸과 마음이 아니었어?

지금 생각해봐도
네가 바라는 거짓말을 해줄수 있지만
왜 너는 내가 원하는거짓말을 해주지는 않는거야?

어제도
담당 환자가 사망했다.

휴가를 내고 술먹고 두서없이
되는대로 흥청망청
마구 쓰는글이라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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