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도 안 입어요…5천만 원 쓰고 방치된 조끼

#재난관리기금 #다운조끼 #부산강서구
부산 강서구의 한 사무실.
옷걸이나 의자에 얇은 '다운 조끼'가 일부 걸려 있습니다.
지난달 초, 구청장을 포함한 750여 명의 모든 직원이 '재난 근무복' 명목으로 구청으로부터 지급받은 옷입니다.
하지만 긴급 착용해야 할 근무복인데 보관 장소가 따로 없습니다.
근무복을 어디 뒀는지, 관리자가 알지도 못합니다.
[부산 강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도 솔직히 집에 있어요. 이거 안 입고 다닙니다."]
약한 옷 재질 역시, 문젭니다.
산불에 대비한 방화 기능도, 물난리에 대처할 방수 기능도 없습니다.
[부산 강서구청 관계자/음성변조 : "산불이 좀 크게 발생하면 1/2 또는 전 직원이 동원되기 때문에 활동하기 편하고 또 추위에 산불 진화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재난 근무복'은 모두 5천만 원어치.
강서구가 매년 적립하는 '재난관리기금'으로 샀습니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관리 활동이나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용도의 예비비며, 주로, 재난 긴급 복구 등에 쓰기 위한 돈입니다.
하지만 전 직원에 지급하고, 근무복 관리가 미흡한 데다, 기능성 소재의 근무복조차 아니라면, 기금의 본래 사용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창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 : "소방관처럼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이건 당연히 선심성 목적이고요."]
부산 강서구는 "근무복 관리가 미흡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앞으로 재난 상황 때 모든 직원이 근무복 조끼를 입으면 문제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전형서입니다.